매일 드리는 제사-Daily Worship diary

5/8 뒷일은 주님께 맡기고 - 박 동원

donkeymusic 2012. 5. 8. 11:17

주님께 부르심을 받았음에도, 또한 은사와 달란트가 있음에도 사역에 뛰어들지 못하거나 뒤늦게 뛰어드는 것의

주요 이유는 ‘사후 처리’ 때문이다.

사역 자체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사역에 뛰어들고 난 이후의 일들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사역에 대한 말씀을 응답으로 확인하고 1차 서원 기도를 했으며,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날 2차 서원 기도를 하고 사역에 뛰어들려고 했었다.

문제는 나의 부르심이 전임 찬양사역자였다는 것이었다.

다른 직업 없이 오직 주님만을 위해 음악을 하는 뮤지션! 그 모습은 ‘영광’이지 ‘문제’가 아닌데도 당시

내 상황에서는버거운 짐이요 부담이요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내가 생업을 포기하면 가족들도 덩달아 막막해지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2~3년 동안은 아르바이트로 최소한의 물질만 벌면서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찬양 사역할 준비를

했지만, 도저히 어머니의 기대를 버릴 수가 없어서 전공을 살려서 식품회사에 취업했지만 나의 길과 다른 길을

가는지라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회사에서 요구되는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은 채 6개월 정도를 월급만

축내고 있는 내 모습이 정직하지 않아 보여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식품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생계를 위한 타협점으로서 음악에 관련된 회사들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대기업 가요 회사와 이벤트 회사, 그리고 크리스천 음반사 등 3개의 음악 관련 직업을 가졌지만, 이 또한

주님의 부르심은 아니었다. 주님은 내게 계속 다른 직업 없이 오직 주님을 위한 음악만 할 것을 요구하고

계셨고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마다할 수가 없었다. 전임 사역을 결심한지 거의 10년만인 2000년에서야 나는

드디어 전임 찬양 사역에 뛰어들게 되었다.

성경을 보면 주님 사역에 뛰어들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결단을 주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세, 예레미야, 기드온과 같은 사람들조차 그랬다. 모세가 걱정했던 것은 본인이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이나

애굽의 파라오의 반발 자체가 아니었다.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사후 처리’였다. 사역에 뛰어드는 것은 하겠지만, 그 뒷일이 걱정이었던 것이다.

사역 자체를 거부하거나 무시했다기 보다는 사역에 뛰어들고 나서 그 다음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책이 현재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주님이 우리를 그분의 사역에 부르실 때 대부분은 사역에 뛰어들고 나서의 일들이나 사역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것이나 필요한 것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절대로 얼마의 재정을 가지고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사역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라고 미리 말씀해주지 않으신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들이 보장되고 미리 계산되고 알아야 그제서야 안심하고 사역에 뛰어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릴 ‘맨 땅에 헤딩(?)’ 하는 상황으로 부르신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나를 따르라’ 하고는 앞서 가셨다.

잠은 어디서 자고 재정은 어떻게 보장해주며 정확히 무슨 일을 할지 말씀해주지 않으셨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은 모두 이렇게 애매한 주님의 한 마디만 믿고 믿음의 결단을 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사도가 된 것이다.

주님께서는 우릴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라고 하신다.

우리가 믿고 뛰어내릴 때 주님께서 시간에 맞춰 우리를 받아주실 것이라고 하신다.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바치라고만 하셨지, 이삭을 바치려고 할 때에 맞춰서 이삭을 대신할 양을 보내주리라고

미리 알려주지 않으셨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주님께서 약속의 아들 이삭을 어떻게든 보호하실 것을 믿었기에

힘든 결단의 칼날을 내리치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주님을 찬양하고 싶은 마음에 사역에 뛰어들었다.

그 다음 일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될 때도 있었고, 아직도 가끔 뒷일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나는 이미 사역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