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드리는 제사-Daily Worship diary

4/17 시간과 생명 - 박 동원

donkeymusic 2012. 4. 17. 14:06

어제 오후 6시경...2002년 여름 때부터 죽 키워왔던 토끼 ‘은혜’가 나와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작년 가을 때부터 한쪽 눈에 결막염 같은 증상이 있었는데,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괜찮아진 상태로

비교적 건강하게 잘 지냈었는데, 며칠 전부터 사료를 잘 안 먹더니 양쪽 눈의 안압이 높아지면서 안구가 부어오르더니

점점 힘을 잃고 숨을 살살 쉬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큰 호흡을 몇 번 하더니 생명을 다한 것이었다.

은혜는 우리 부부가 ‘99년부터 동물들을 키워온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인 10년을 함께 보냈던 아이였다.

어렸을 때 원래 키우던 집에서 버림받아 죽을 뻔 했던 것을 아내가 데려온 이후, 몇 번 심하게 아파서 설사를 하거나

사료를 잘 못 먹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아왔던 토끼였다.

마지막 연약한 숨을 힘겹게 쉬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우리 부부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쓰다듬어 주면서 함께 있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은혜는 점점 숨소리가 잦아들더니 조용히 잠드는 것처럼

우리 곁을 떠나갔다.

육신을 가지고 있는 피조물들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나 마찬가지이다. 내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보냈다는 것은 그에게

나의 생명을 나누어준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자신의 배우자가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부모형제일 것이다.

때로는 어떤 물건들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94년에 구입해서 아직도 쓰고 있는 키보드, 2003년부터

우리 부부의 사역의 도구가 되어주고 있는 마틴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중학생 때부터 죽 들어오고 있는

나의 음악교과서 ’폴 모리아‘의 음반들...

시간적 한계가 있는 이 땅에는 추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가족이든, 키우던 동물이든, 오래 간직해온 물건들이든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때가 이르면 헤어지게 되고, 그 잔상의 기억들과 감정들만 추억이라는 공간에 남게 된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에는 시간의 제약이 없기에 추억도 없다. 우리는 추억 속에 어떤 것을 그리워 할 필요가 없다.

천국에서는 모든 것이 다 우리 앞에 실제로 존재하고 살아있을 것이다. 아픈 경험도 그리운 추억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눈물과 우는 것이 천국에는 없는 것이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곧 생명을 나누어주는 것인데, 하나님께서 육신의 모습으로 유한한 인간들의 시간 속에

들어오셔서 우리에게 생명을 나누어주셨다. 우리는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릴 능력이 없다. 우리 스스로를 살릴 능력도 없다.

그러나, 죽어가는 우리를 그냥 내버려주지 않으시고 하나님께서 그 아들을 보내사 생명을 나누어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과 사별하지 하지 않고 영원히 그분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사랑의 완성이다.

함께 영원의 시간을 보내는 것, 함께 생명을 공유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