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더 넓고 깊은 곳으로(1) - 박 동원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음악과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게 되는 음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대부분 부모가 자주 듣거나 좋아하는 음악에 영향을 좋든 싫든 받게 되는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태어나는가도 자신의 음악성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내가 태어나던 시기인 ‘60년대 중후반에는 전세계적으로 연주음악이 강세이던 시절이었다.
프랑스, 영국, 독일을 중심으로 한 팝스 오케스트라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재즈 음악에다가 영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영화에 삽입된 영화음악들도 거의 다 연주 음악이었으며, 영화의 주제곡들과 사랑의 테마들은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독학으로 음악을 배운 연주자였다.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교, 그리고 군대 시절을 거치며
바이올린 족의 클래식 악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악기들을 다루시며 연주자를 직업으로 삼기 원하셨으며,
실제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여러 가지 연주 활동을 직장과 병행하시기도 했다. 따라서, 아버지는 늘 음악을 즐기고
연구하면서 독학하며 연습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우리 집엔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악기들과 좋은 음반들과
악보들이 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에 내가 음악을 듣던 기억은 5살 때 쯤인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전축(턴테이블) 앞에 하루종일 앉아서 각종 영화음악 명반들을 내 손으로 직접 틀고 들었다.
영화음악 사운드트랙 연주곡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음악적 관심은 자연스럽게 만화 배경음악으로 흘러갔으며,
영화음악 사운드에 뿌리가 되는 클래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져서 초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듣는 클래식 곡들을
좋아했으며, 특별활동으로 음악감상반에 들기도 했다.
자라가면서 조금씩 취향이 바뀌긴 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목소리로 가사를 부르는 가요나 팝송은 좋아하지 않고
계속 연주곡을 좋아하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음악적 방향을 견고하게 해주게 된 프랑스 팝스 오케스트라 편곡/지휘자 폴 모리아를 듣게 되면서
그때까지 막연하던 나의 꿈이 처음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작곡가로서의 꿈이 생긴 것이다.
폴 모리아의 음악은 정말로 나에게 너무나 딱 맞는 음악이었다. 팝과 클래식과 재즈와 영화음악과 민속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진 그런 음악을 많은 악기들로 표현하고 싶었던 나는 그때부터 다른 음악은 거의 듣지 않고 오직 폴 모리아의
음악만 듣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작곡가가 되려는 나의 꿈은 당시로는 좀 허황되어 보였다.
아무 악기도 할 줄 모르고, 악보도 못 보며, 노래도 못 하는 한 청소년에게는 정말 헛된 꿈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 삶에 찾아오시면서 내가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찬양’이라는 음악을 만나게 되면서,
하나님께서는 친히 나를 그분의 음악가로 만들기 시작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