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제한적이었던 나의 음악이 더 깊고 넓어지기 위해서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찬양’의 개념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학교 3학년 정도까지는 나에게 외국 찬양은 전혀 와닿지 않는 ‘찬양을 빙자한 팝송’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찬양팀 선후배 등을 통해 접하게 된 CCM과 외국 경배 찬양들은 서서히 나의 거부감을 깨고 내 안에 들어와

나의 좁았던 찬양의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국내 찬양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음악적 도전과 자유로운 영성을 외국 찬양들을 통해 누리고 있었으며,

오히려 국내 찬양보다는 외국 찬양 쪽으로 성향이 바뀌게 되었다.

일반 음악도 하나님의 통제하심과 허락하심 아래서 더 접하게 되는 계기들이 있었다.

폴 모리아의 연주곡과 (작곡이 훌륭하다고 느끼는) 가요 몇 곡을 제외하고는 나는 일반적인 팝송이나 재즈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클래식도 어린 시절 잠깐 좋아했던 추억 뿐이고 약간의 클래식 편성만을 채용하고 싶었을 뿐이자,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몇몇 아티스트들과 장르들에만 집중했던 내게 찬양과 음악의

세계가 갑자기 넓어지는 것은 산만한 것이며, 갑자기 깊어지는 것은 난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독학하는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자기의 좁은 음악 세계에 독선적인 태도로 머무르면서 그 이외의 음악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인데, 나도 그런 함정에 빠지고 있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다행한 것은 좋든 싫든 오랫동안 교회음악의 중심이었던 클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클래식 감각을 익히게 되는데, 나도 성가대에 봉사하면서,

또 찬양팀 내에 음대 선후배들을 통해서 클래식에 대해 점점 마음이 열리게 되었다.

한 작곡과 후배의 권유로 심지어 1년 정도 클래식과 재즈에 관한 잡지를 구독하고 재즈에 관한 책들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사실, 재즈는 팝이나 클래식에 비해 내가 비교적 빨리 마음을 열게 된 장르였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연주 중심의

장르였기 때문이었으며 클래식과 팝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재즈에 대해 마음이 열린 직접적인

계기는 내가 드럼을 배우던 ‘90년경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단기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며 교회의 드러머

집사님께 드럼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분이 보여주신 Kirk Whalum, Bob James 등의 연주 비디오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 당시 외국 크리스천 음악계에도 재즈의 열풍이 거세던 시절이었고 결국 호산나 뮤직 시리즈를 통해 경배 찬양에도

도입되었기에, 재즈에 대한 나의 관심은 더욱 커져갔었다.

일반적인 팝과 락에 대해서는 가장 늦게 마음이 열린 장르인데, 아무래도 연주곡이 아닌 가사가 있는 인본주의 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었다. 기타 연주자의 꿈을 꾸던 후배가 각종 음반들을 많이 가지고 있던 덕분에

나도 간접적으로 팝, 락, 재즈 등을 더 접할 수 있었다.

음악을 더 다양하게 듣고 봄에 따라 나의 작곡과 연주도 그에 비례하여 성장해 나갔지만, 나에겐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좋은 음악들을 들으며 영향받는 것이 좋았지만, 과거 폴 모리아, 호산나 뮤직, 주찬양 선교단 등에 집중했던

시기에 비해서 집중해서 깊이 파서 익숙해지는 더 힘들어졌던 것이다.

나에겐 시간과 물질과 음악적 능력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의 비전은 단순한 작곡가나 뮤지션이 아니라 ‘찬양 작곡가’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크리스천 음악에, 또한 작곡에 집중해야 했다.

경배찬양 앨범들과 CCM을 듣기에도 벅찰 정도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계속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재즈나 클래식이나 팝 & 락 까지 참고하면서 음악을 공부할 여력은 너무나 부족했으며,

굳이 일반음악으로 음악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갈등도 왔다. 일반 음악만큼이나 뛰어난 크리스천 음반들도 많고 많은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수영도 못 하는 사람이 망망대해를 향해 점점 더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은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었다.

Posted by donkey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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